4488 전략을 하려는 자 동차기간 3개월을 죽기 살기로 버텨라.
앞 글에서 언급한 대로 4488 전략으로 6개월 만에 1차 시험에 붙고 동차합격에 실패하여 내년 2차 시험에 붙으나 차근차근 1차 시험을 1년 6개월 동안 준비하여 동차합격을 하는 경우, 동일한 날짜에 합격자가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4488 전략을 추천하는 것은 이 시험의 특성상 1차 시험을 일찍 붙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혹시 기본강의를 수강할 때 분명 전날 들었던 내용인데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겁니다. 또는 전날에는 풀린 문제가 다음날에는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합격자들은 해당 문제를 붙잡고 있기보다는 진도를 빼는 데 힘을 주고 해당 문제는 진도를 전부 빼고 다시 와서 풀어봐도 늦지 않다고 할 겁니다.
즉, 이 공부는 한 주제에 붙잡혀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보다 그러한 주제들은 체크해 두고 어느 정도 무시하고 넘어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갔다 와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 최적의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이 시험도 마찬가지입니다. 1차 시험에 붙잡혀 있는 것과 1차 시험을 일종의 야매(?)로 붙이고 2차시험에 떨어질언정 2차 시험장에 들어갔다 온 사람과 1차 시험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완전히 다릅니다. 여기서 2차 시험장에 들어갔다는 것은 같은해 1차 시험과 2차 시험 사이의 기간인 3개월을 포기하지 않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험장에 들어갈 준비를 마쳐서 시험을 치르고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기간에 1차를 붙고 당해 2차 시험을 동차로 붙을 수 있다는 게 아닙니다. 1차를 1년 공부한 수험생도 동차 합격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등산도 산 정상까지 올라본 사람과 산 중턱까지만 갔다가 포기하고 다음을 노리는 사람은 분명 다시 등산을 한다고 했을 때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6개월 만에 4488 전략을 통해 1차 시험에 붙었다는 가정하에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1차시험에 붙는 순간 2차생이 되며 3개월 뒤에 2차 시험장에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회계학과 세법 실력은 형편없을 것이고 그나마 자신 있는 재정학과 선택법은 2차 시험에 출제되지 않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2차생들이 보는 연습서를 구매했지만 문제의 부피는 객관식에 비해 훨씬 크고 세법학 1부, 2부는 세법이기는 하지만 다소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3개월 동안 강의만 들어도 다 못 들을 것 같고 눈앞이 깜깜해지며 막막합니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마킹하는 데에 익숙해져 있지만 3개월 뒤에는 B4 16장에 내 글씨를 채워 넣으려니 어떻게 쓸지, 몇 장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푸는 문제마다 족족 틀리며, 모의고사를 풀지만 시간 내에 풀리지 않습니다. 또한 풀이는 어디서 어디까지 적어야 할지 교수님이 채점하실 때 풀이를 보기는 하시는지, 부분점수는 혹시 주시는지.
꼭 4488 전략을 쓰지 않은 수험생이더라도 2차생이 처음되면 다음과 같은 사소한(?) 고민거리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수험생은 3개월의 동차기간을 버티지 못하여 포기하고 2차 시험장에 들어가지 않으며 내년에 있을 2차 시험을 차근차근 준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2차 시험장에 들어가지 않고 3개월의 기간을 포기한다면 4488 전략은 그다지 좋지 못한 전략으로 전락합니다.
저는 이 시험에 합격하고 2가지 중요한 점을 깨달았습니다. 첫째, 차근차근 준비하여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도 어떻게든 빨리 시험에 붙고 그 다음은 그다음의 나에게 맡기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둘째, 차근차근 준비한다고 해서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좀 전에 많은 1차 시험을 통과한 수험생들이 시험장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3개월의 동차기간을 포기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3개월이라는 터무니없는 짧은 기간에 2차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그렇기에 차라리 3개월 동안 시험장에 들어가려고 이 주제 저 주제 다 버리며 날림으로 공부할 바에 1년 3개월 뒤에 2차 시험장에 들어가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보자는 합리화하기에 발생합니다.
하지만 올해 2차시험을 포기하고 내년 2차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산 중턱까지 올라왔다가 숨이 찬다고 내년에 다시 정상을 목표로 산을 오르겠다며 하산하는 것입니다. 결국 4488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1차를 빠르게 붙고 남들보다 2차 시험장을 1년 먼저 들어가 보고 동차 3개월 동안 벼락치기 한 실력을 기반으로 다음 2차 시험을 철저하게 준비하여 유예로 시험을 붙고자 하는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우리는 1차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닙니다. 1차시험에 합격한다고 한들 2차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1차 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빠르게 1차 시험에 합격해서 2차 시험장에 들어가 봐야 비로소 이 시험이 어떤 시험인지, 내 경쟁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됩니다. 2차 시험장에 갔다 온 선배들이 아무리 조언을 해준다 한들 그 효과는 본인발로 직접 2차 시험장까지 가본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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